다리 혈압 측정, 팔 혈압처럼 읽어도 될까요?

건강관리 앱을 기획하면서 ‘발목에 혈압계를 감아도 팔에서 잰 값과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화면에는 똑같이 숫자가 뜨지만, 재는 위치와 목적이 바뀌면 숫자를 읽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다리 혈압 측정은 팔에서 혈압을 잴 수 없을 때 쓰는 대체 방법일 수도 있고, 다리로 가는 혈류를 확인하는 검사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어느 쪽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왜 다리에서 혈압을 재나요?
일상적인 고혈압 관리는 보통 위팔 혈압을 기준으로 합니다. 미국심장협회도 가정에서는 팔에 감는 자동 혈압계를 권합니다. 다만 양팔에 상처가 있거나, 수술·혈관 접근 장치 등으로 커프를 감기 어려운 경우에는 의료진이 발목 혈압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른 목적은 말초동맥질환 검사입니다.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프다가 쉬면 나아지거나, 한쪽 발이 유난히 차갑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다리 혈류를 확인할 이유가 생깁니다. 이때 쓰는 발목상완지수, 즉 ABI는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팔의 수축기 혈압과 비교한 값입니다. 고혈압 여부를 보려고 발목에서 잰 숫자 하나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같은 ‘다리 혈압’이라는 말 때문에 두 검사가 섞이기 쉽습니다. 앱에 발목 혈압을 입력해 놓고 팔 혈압 그래프와 한 줄로 이어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측정 부위가 다르면 기록도 구분해야 변화가 실제 몸의 변화인지, 측정 방법의 차이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발목 혈압 숫자를 팔 혈압 기준에 넣어도 될까요?
그대로 넣으면 안 됩니다. 영국·아일랜드 고혈압학회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일반인의 발목 수축기 혈압이 누운 자세의 팔 혈압보다 평균 약 17mmHg 높았습니다. 하지만 ‘발목 값에서 17을 빼면 팔 혈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평균 차이일 뿐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다리 혈관이 좁아져 있으면 발목 혈압이 오히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목에서 150mmHg가 나왔다고 해서 팔에서도 150mmHg일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평균 차이를 빼서 133mmHg라고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다리에서, 어떤 자세로, 어떤 기기로 쟀는지가 함께 있어야 해석할 실마리가 생깁니다. 당뇨병이나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걸을 때 다리가 아픈 사람은 혈관 상태 때문에 비교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양팔 측정이 어려워 발목 혈압으로 고혈압을 평가해야 한다면 의료진과 측정 방법을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영국·아일랜드 고혈압학회는 누운 상태에서 5분가량 쉬고 발목이나 아래쪽 종아리에 맞는 커프를 감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정용 팔 혈압계를 발목에 임의로 감아 한 번 얻은 값으로 고혈압을 진단하거나 약을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발목상완지수는 어떻게 읽나요?
ABI 검사는 보통 누워서 쉰 뒤 양팔과 양쪽 발목의 혈압을 잽니다. 발목에서는 발등과 안쪽 복사뼈 뒤쪽 동맥의 혈류를 도플러 기기로 확인합니다. 각 다리에서 얻은 발목 수축기 혈압을 팔 수축기 혈압과 비교해 비율을 계산하므로, 집에서 자동 혈압계로 발목 숫자 하나를 잰 것과 같은 검사가 아닙니다.
가령 한쪽 발목의 검사에 쓰인 수축기 혈압이 100mmHg이고 기준이 되는 팔 수축기 혈압이 125mmHg라면 ABI는 0.80입니다. 2024년 미국심장협회·미국심장학회 말초동맥질환 진료지침은 ABI 0.90 이하를 비정상, 0.91~0.99를 경계, 1.00~1.40을 정상 범위로 분류합니다. 1.40을 넘는 값은 혈관이 잘 눌리지 않아 수치가 높게 나온 경우로 봅니다.
숫자가 정상 범위라고 증상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걷다가 생기는 다리 통증이 반복되면 운동 전후 ABI 같은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40을 넘는 값도 ‘혈류가 아주 좋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특히 당뇨병이나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혈관이 단단해져 검사 결과가 실제 혈류 상태를 가릴 수 있어, 의료진이 발가락 혈압 검사 등을 검토합니다.
앱 기록은 어디까지 믿고, 언제 진료를 받아야 할까요?
앱은 측정 기록을 모아 보여주는 데 유용합니다. 다만 발목에서 잰 값을 팔 혈압의 정상·고혈압 판정 색상으로 표시한다면 그 판정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입력할 때는 발목인지 팔인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측정 시각과 자세, 통증 같은 증상이 있었는지를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건강 기록을 가족이나 서비스에 공유할 때도 혈압 숫자만 보내기보다 측정 부위를 함께 알려야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프거나 발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앱의 추세만 보며 기다리지 말고 대면 진료에서 다리 혈류를 평가받는 게 맞습니다. 갑자기 한쪽 다리가 심하게 아프고 차가워지거나, 창백해지면서 감각이나 움직임이 떨어진다면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재서 평균을 내는 일이 우선이 아닙니다.
다리 혈압 측정은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숫자가 나온 자리까지 함께 알아야 쓸모가 생깁니다. 저는 건강 앱에서 이 값을 보여줄 때도 큰 숫자보다 ‘발목에서 측정’이라는 표시가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